윤하




봄의 새벽

계절마다 새벽의 색깔이 다르다. 겨울의 새벽은 검게 짙은데 봄의 새벽에는 공기 중에 파랑이 섞여 있다. 새벽의 파랑은 한낮의 파랑과는 다르다. 한낮의 파랑이 명랑한 파랑이라면 이쪽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파랑이다. 나는 이 파랑 속에서 피어나는 것들을 본다. 가령, 불면 같은 것. 스무 살 시절 나는 밤에만 살아 있었다. 어둠은 나를 보호하고 나는 그 안에서 자유로웠다. 하늘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창문으로 곧 파란 새벽이 들이닥친다. 몰아치는 파랑을 피하고자 나는 약을 먹고 이불 안으로 숨어들었다. 새벽이 조용히 이불을 들추었다. 재밌다는 듯이 눈을 희번뜩이며 섬뜩한 목소리로 찾았다, 하고 말하고 그러면 나는 눈을 더 꼭 감고 안으로, 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밤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 깨지 않았다.
한겨울 새벽 첫 차는 타는 내내 아늑하고 어둑해서 잠시나마 푹 잠들기 좋았는데. 이제는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방에 새벽이 깔려 있고 나는 퀭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 파란빛이 더 넓게 더 멀리 염증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본다. 아득하고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