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




미드나잇 선샤인

세상에서 가장 밝은 밤에 대해 상상한다.
그것은 백야일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그 밤. 그러나 이미 그리운 그 밤.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과 낮에 시종일관 커피가 필요할 것 같은. 어쩐지 그곳에서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아니면 그것은 내가 아직 깨어 있고 네가 아직 자고 있을 밤이자 새벽일지도. 너에게는 잘 자라는 말도 잘 잤느냐는 말도 제대로 해본 적 없지만, 나는 늘 너에게 굿나잇, 굿모닝을 보내는 마음이니.
밤바다에 달빛이 비치는, 가로등 빛까지 더해지는 강원도 어느 바닷가의 밤. (쓸쓸하니 패스.)
아니면 내가 너에게 가까이 다가앉았던 남국의 별밤.
진한 키스를 나눈 눈 오던 밤.
아니면 오늘 밤. 예쁜 친구들이 환하게 웃던, 성탄절 사흘 전의 반짝이던. 미래는 알 수 없고, 우리는 오늘을 잊지 못할 것만을 알 것 같던 밤.

어두운 밤에 대해서는 이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촛불로는 밝기가 부족한 어둑한 내 마음에는 더 밝은 것이 필요하니. 스포트라이트 같은.
따뜻했던 밤들. 추웠던 밤들. 성냥팔이 소녀의 밤들.
이제는 온기를 더하고 싶기보다는 밝기를 더하고 싶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밝은 밤에 대해 상상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 잠들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어쩔 수 없이 잠들어버릴 때까지 깨어 있고 싶어. 어쩌면 늘 그랬는데. 언제부터 잊어버렸는지. (또는 모른 체하고 있게 된 건지.)
너는 어떤지? 여전히 밤을 좋아하는지? 밤의 시작 무렵에 헤어진 우리는, 지금 어느 시간을 살고 있는지? 너는 이제 깨어나 새벽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이제 우리는 단 한 번의 밤도 함께 시작할 수 없게 되었는데?

부쩍 네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요즘. 그저 너의 건강과 행복과 안녕, 안녕, 안녕.
네가 있는 그곳은 지금은 아마도 여름, 그리고 새벽. 밤의 끝.
오늘 내가 있는 이곳은 부쩍 쌀쌀해진 밤이 가장 긴 날.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밤의 한가운데에, 홀로 앉아.
너를 그린다.
지금, 이 자정 넘은 시간에 네가 있는 곳에서 밝아올 태양.
미드나잇+선샤인.

나는 어쩌면 제대로 시간을 살아내지 못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어.
언제까지나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시간의 방향치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이런 글을 써보게 되었어.

내가 자고 일어날 아침에 네 앞에 놓일 정오.
오늘은 너에게 맑고 밝은 하루가 되길.

비록 시작되지 못했어도,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2023.12.23.00:39.